“이 스테이크가 고기가 아니라고?!”직장인 A 씨(38)는 최근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새로운 경험을 했다. 반려견을 키우는 A 씨의 친구는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1년 전 비건(Vegan, 채식주의자)이 되겠다고 선언했는데, 웬일로 집에서 스테이크를 굽고 있었던 것이다. 친구가 요리한 스테이크를 맛있게 먹던 중 A 씨는 친구의 말에 또 한 번 놀랐다. A 씨 친구가 “이 스테이크는 고기로 만든 게 아니라서 비건인 내가 먹어도 상관없다”며 “이게 요즘 핫한 대체육”이라고 말했던 것이다. A 씨는 “고기 맛과 비슷해서 친구가 말하지 않았으면 고기인 줄 알고 먹었을 것”이라며 멋쩍어했다. 고기 맛이 제대로 나는 ‘가짜 고기’, 일명 대체육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변하고 있다. 비건들이 찾는 ‘신기한 음식’에서 점차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챙겨 먹는 ‘일상 식품’으로 익숙해지고 있는 것.
대체육이 뭐예요?
대체육은 고기가 아닌 재료로 고기와 비슷한 맛과 향, 식감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든 식재료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돼지고기뿐만 아니라 소고기, 닭고기 등도 다양한 식물성 재료를 혼 합해 고기와 비슷한 맛을 내는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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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육의 생산 과정은 보통 세 가지 방식으로 이뤄진다. 콩은 로 만든 대두단백 등에서 단백질 농축액을 추출해 고기의 감 칠 맛을 내는 ‘식물 추출’ 방식과 소나 돼지, 닭 등의 줄기세포를 추출해 증식시켜 만드는 ‘동물 세포 배양’ 방식 등이 있다. 최근에는 고기 맛을 내는 미생물을 발효시켜 계란 흰자 및 감 자 추출물을 첨가하는 ‘미생물 발효’ 방식도 개발됐다. 과거 엔 고기를 얻으려면 재배나 사육을 해야 했다면, 이제는 추출이나 배양, 발효 등으로 얻을 수 있게 된 셈이다.
세 가지 방식 모두 단백질 품질은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맛이나 식감은 동물 세포 배양 방식이 원물(原物)과 더 비슷하다는 평가가 많다. 다만 동물 세포 배양은 상용화 초기 단계다 보니 생산 단가가 높고 아직 안전성 검증이 더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현재까지 비용이나 안전성 검증 측면에서 식물 추출 방식이 다소 앞서고 있다. 덕분에 대형마트나 식당에서 만날 수 있는 대체육은 대체로 식물 추출 방식의 단백질인 경우가 많다. 식 물 추출 역시 기술의 발달로 고기와 비슷한 맛과 향, 식감을 구현하면서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다.
실제로 지난 2018~2020년 식물 추출 기반 식품 판매는 전 체 식품산업(17%) 성장률의 2.5배인 43%가량 증가했다. 대 체육이 채식주의자 타깃의 틈새시장에서 벗어나 주류시장을 로 진입했다는 평가를 받았을 정도다.
왜 대체육이어야 하나??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대체육 소비가 확산한 것 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일종의 ‘트리거 (trigger, 방아쇠)’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주요 대형 육류 가공공장이 조업을 중단하자 육류 공급이 부족해지고, 가격 이 인상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체육 식품이 비싼 육류 제품을 대신할 수 있는 대체 단백질로 급부상했다.
이와 함께 반려인들이 늘어난 것도 대체육 소비 확산에 한몫을 했다. 반려인들은 가족처럼 여기는 반려견이나 반려묘의 영향으로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이 대체로 높다. 덕분에 잔인 한 가축 도살 과정이 수반될 수밖에 없는 동물성 단백질 소비를 기피하는 경향이 짙어진 것이다. 이와 함께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생태계 파괴, 기후 변화 등 환경 문제가 인류를 위협하자 이에 대한 대안으로 대체육 소비가 회자되기에 이르렀다.
국내에서는 최근 소비의 주체로 떠오른 MZ(밀레니얼+Z) 세 대의 영향이 컸다. MZ세대들은 자신의 신념이나 가치를 소 비로 풀어내는 ‘미닝 아웃(Meaning Out)’ 경향이 강하다. 특 히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 물을 오염시키고 온실가스 배출을 늘리는 가축 사육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 따라서 환경 보호를 실천하기 위한 대안으로 대체육 소비에 적 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기업들 역시 MZ세대와의 적극적은 소 통을 위해 관련 제품 개발을 서두르는 모습이다.
2040년엔 ‘가짜 고기’ 더 찾는다
대체육에 대한 이미지 개선이 이뤄지면서 대체육의 시장 전 망도 어느 때보다 밝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AT 커니에 따르 면, 2025년까지 전체 육류 시장에서 차지하는 대체육의 비 중은 10%에 불과하지만 2030년 28%, 2035년 45% 등 매 년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심지어 2040년에 는 대체육 비중이 60%로 확대돼 육류보다 대체육을 찾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세계 최대 육류 소비국인 중국이 대체 단백질 소비를 시 작했다는 점도 이 시장의 전망을 밝게 하는 요소다. 중국은 전 세계 돼지고기의 50%, 전체 육류의 28%를 소비하는 국 가이지만, 최근 정부 방침에 따라 육류 소비가 2030년이면 절반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중국 정부가 탄 소 배출 절감의 일환으로 국민 1인당 육류 섭취 권장량을 매 일 40~75g으로 하는 ‘규정식 권고안’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에 중국 소비자들이 대체육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시 장조 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중국의 대체육 시장 규모는 지난 2014년 이후 연평균 33.5% 늘어나며 2019년에는 97억 달러를 기록했다. 오는 2023년에는 4년 전보다 22.7% 늘어난 119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게 유로 모니터의 예측이다.
국내 식품기업, 대체육 개발 열풍
국내 업체들도 경쟁적으로 대체육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CJ 제일제당은 최근 고기의 맛과 향을 내는 식품 원료 ‘시스테 인’을 천연 방식으로 대량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롯데 정밀 화학은 내년 상반기께 고기의 식감을 내는 글루텐 대용으로 쓸 수 있는 메틸 셀룰로스를 상업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370 억 원을 투자했다. 대상은 배양육 기술을 보유한 엑셀세라퓨 틱스와 함께 오는 2023년 제품 출시를 목표로 연구 중이다.
농심과 신세계 푸드는 아예 대체육 브랜드를 론칭하고, 관련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농심은 지난 1월 ‘베지 가든(Veggie Garden)’을 출시하고, 제품 라인업을 18개로 확대했다. 신세 계 푸드는 노브랜드 버거를 통해 대체육 너겟인 ‘노 치킨너겟’을 판매한데 이어 지난 28일에는 대체육 브랜드 ‘베러 미트 (Better Meat)’를 론칭하기도 했다. 동원 F&B는 미국 대체육 기업 ‘비욘드 미트’와 독점 공급 계약을, 풀무원은 대두단백으로 고기의 식감을 구현한 반찬과 소스를 판매 중이다.
김보경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 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코 로나 19 이후 건강, 환경, 동물 복지 등 사회·환경 부문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대체육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며 “이는 장기적 소비 트렌드로 식품 산업뿐 아니라 유관 산업의 변화를 촉진해 약 3,000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비즈 니스 기회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체 육 시장 앞으로 더욱 기대되는 item 중 하나가 될 것으로 판단되면서도 신기하네요. 재밌게 참고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