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과 봄 사이 추운 날씨에도 굴하지 않고 피어나는 매화가 지면 초록 열매가 달리는데, 이것이 바로 매실이다. 초여름의 싱그러움을 가득 안은 이 탐스러운 열매는 밥상에서 눈에 잘 띄진 않지만 사용 횟수나 범위는 그 어떤 것도 따라잡을 수 없다. 더위가 슬슬 고개를 드는 이 무렵, 찬 음식을 많이 먹어 생기는 배앓이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지방 분해, 면역력 증진 등에도 이만한 것이 없다. 이것은 약인가 음식인가.
6월 초여름은 "매실철"
6월 초여름의 문턱은 매실을 수확하는 ‘매실철’이다. 이때를 놓치면 시중에서 싱싱한 매실을 사기 힘들지만, 요즘은 매실액, 매주 등 다양한 가공품들이 많아 1년 내내 매실을 즐길 수 있다. 3천 년 전부터 약으로 쓰였다는 매실은 6월 중순부터 하순에 나오는 열매 가장 좋다.
그전에 따는 생매실은 산 배당체라는 독성물질이 있어서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으며, 7월 이후가 되면 맛이 매우 시다. 흔히 초록색 열매만 떠올리게 되는 매실은 수확시기와 가공법에 따라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먼저, 껍질이 연한 녹색이고 과육이 단단하며 신맛이 강한 것을 ‘청매(청매실)’라 하고, 더 익어서 향이 좋고 빛깔이 노랗게 변한 것을 ‘황매(황매실)’라 한다. 또 청매를 쪄서 말린 것은 ‘금매’, 청매를 묽은 소금물에 하룻밤 절인 뒤 햇볕에 말린 것은 ‘백매’, 청매의 껍질을 벗겨 짚불 연기에 그을려 검게 만든 것은 ‘오매’라 고 한다. 주로 전라남도 순천과 광양, 경상남도, 경상북도 등지에서 많이 재배된다
여름에는 더운밥에 매실짱아찌 한 개!
매실은 ‘삼독(三毒)’ 즉, 음식물의 독, 혈액의 독, 물의 독을 막아준다고 해 민간요법으로 널리 사용돼 왔다. 예부터 여름철 식이요법으로 ‘더운밥에 매실장아찌 한 개’라는 말이 전해진다. 그만큼 매실은 식중독이 많은 여름철에 장염, 식중독 등 탈이 나는 것을 예방할 수 있고 입맛과 기력을 돋울 수 있는 좋은 건강식품이기 때문이다. 또 ‘매실을 생각하면 갈증을 잊는다’는 뜻의 망매해갈(望梅解渴)이란 고사가 전해질 정도로 갈증 해소에도 더없이 훌륭한 식품이다.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를 보면 조조가 군사들과 푸뉴(伏牛) 산맥을 넘다가 목이 말라 꼼짝도 못 하고 축 늘어진 군사들에게 조조가 말한다. “이 산만 넘으면 매실이 주렁주렁 달린 매화나무 밭이 나온다.” 그 말에 군사들의 입 안에는 스르르 침이 돌면서 갈증을 잊는다. 마침내 조조 군사들은 무사히 행군을 마치고 산맥을 넘어갈 수 있었다고 한다. 이밖에도 매실에는 구연산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어 우리 몸의 피로 물질인 젖산(lactic acid)을 분해시켜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작용을 함으로써 피로 해소와 숙취 해소에 탁월하다. 또 알칼리성 식품이라 체내에서 육류나 인스턴트식품을 섭취하면서 생기는 산성을 중화시키고, 체내 지방을 배출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매실에는 "독" 있어 반드시 가공 후 섭취해야 합니다.
만병통치약처럼 여러 가지 효능을 가진 매실이지만 독소를 갖고 있는 만큼 섭취 시 주의가 필요하다. 익지 않은 생과를 날로 먹으면 중독될 수 있다. 설익은 매실에 들어 있는 ‘아미그달린’이라는 독소를 없애려면 약 1년의 숙성 시간이 필요하며, 반드시 매실 농축액이나 매실주, 매실 식초 등으로 가공해 먹어야 한다. 매실 원액을 담그려면 매실과 설탕을 같은 양으로 준비한 다음 항아리에 켜켜이 고, 한지로 항아리를 덮은 다음 뚜껑을 닫아둔다. 시원하고 그늘진 곳에 한 달가량 놓아두었다가 매실은 건지고 원액은 6개월 이상 숙성시키면 된다.
장아찌를 만들 때에는 잘 씻어 말린 매실을 간장 달인 물에 담가놓거나 고추장에 박아놓으면 된다. 그러면 달콤, 사각, 꼬들꼬들, 맛깔스러운 장아찌가 된다. 아무리 좋은 것도 지나치면 해가 되는 법. 만병통치약처럼 느껴지는 매실도 체질적으로 소화기능이 약한 사람이 많이 먹으면 오히려 소화기 질환을 일으킬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유난히 더울 것으로 예측되는 올여름, 매실차, 매실 에이드 등 다양한 변신이 가능한 매실을 응용해 건강하고 기분 좋게 더위를 극복해 보는 것은 어떨까.
좋은 매실 고르는 방법
우리나라에서 많이 유통되는 매실은 살짝 덜 익은 청매실인데, 색이 선명하며 알이 고르고 단단한 것이 좋은 매실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숙성하는 매실은 흠이 없고 벌레를 먹지 않아야 하고, 매실을 반으로 잘라서 씨가 딱딱하고 깨지지 않으면 잘 고른 것이다.